단풍이 끝내준다.
단풍나무 숲을 지나가기가 싫어서
먼 산도 쳐다 보다가
단풍잎도 보다가
쓸데없이 헤찰도 했다가...
멀리까지
숲안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황홀하다.
와...
이렇게 멋진 산행을 할줄은 몰랐다.
사람들도 많이 없고
간간이 소리도 지르고...
집으로 가는 길
신경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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