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11월이 되니 춥다

생이가리 2009. 11. 2. 12:51

 

 

 

나뭇잎 하나

                                 김 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초록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11월

                         이 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아직도 지울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벌써 11월이 되었다

도반심이 오대산 보궁에서 기도를 하는데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다

여긴 눈이 안와도 추운데...

아직

단풍도 다 그대로 있는데

아직 물들지 못한 나무들도 있는데...

 

바람이 와글와글 몰려 다니면서

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맛보기  (0) 2009.12.07
11월 마지막날이다  (0) 2009.11.30
하늘이 낮아진 가을날이다  (0) 2009.10.31
바람에 빛깔로 가을속에...  (0) 2009.09.30
비단개구리 가을 하늘 보기...  (0)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