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바람같은 글

새벽이 오는것을 봅니다.

생이가리 2006. 6. 23. 10:47

 

새벽이 오는것을 봅니다.

 

여름이 다 하도록

하늘빛 수국이

마당 가득 피어 있읍니다.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에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아무리 비워내도

금방금방 꽉 꽉 채워지는

내 욕심으로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끔

새벽이 오는것을 봅니다.

 

촉촉히 이슬이 내린 풀끝에서

찬기운이 싸르르 덮히면

나도

새벽내음에 젖어서

살아온 세월만큼

한기를 느낍니다.

 

푸른빛 새벽은

잠깐의 맑은 고요로

내 속의 것을 비워주고 갑니다.

 

고개를 들어

먼산과 눈맞춤을 하니

아직 어슴프레한게

오늘은

하루해가 얼마나 길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