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하늘이 낮아진 가을날이다

생이가리 2009. 10. 31. 15:49

 

 

 

묵언의 날

                                   고 진하

 

하루종일 입을 봉하기로 한 날_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을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로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입을 봉한채

물구나무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거리는 욕망을 비워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

 

**  돌리고 싶다고 처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사람 마음은

한번 금이 가면

금이 간채로

평생을 산다

 

가끔

내가 무서울 때가 있다

분청같이 금간자리가 곱게 물들어

남 보기도 좋아야 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마음에

다시 줄을 긋고

아무도 넘보지 못하게

꼭꼭 싸매두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