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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좀비비추꽃
생이가리
2007. 7. 11. 12:28
비가 지붕을 세차게 두드리는 장마철...
밤에 자다가 깨었다.
어둠속에 잠겨버린 사물들속에 나가 앉았다.
어둠이 되었다.
그런데 어둠도 어둠속에서는 어둡지가 않다.
신기하게도 어둠속이 밝다.
빗소리를 듣고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비오는 풍경을 한때는 참 좋아해서
비만 오면 우산을 받쳐들고 어딘가로 돌아 다니곤 했었다.
장마철의 습습함으로 여기저기서 작은 먹버섯을 비릇해서
곰팡이까지...
그래도 차분한 마음으로 나를 들여다 보는 짬을 낼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 하늘만 보고 있어도...
촘촘이 꽃대를 달고 있는 비비추가 오늘은 더 이뻐 보인다.
내가 나를 더 모를 때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을 때...
아무말없이 나를 함 챙겨 보았으면 한다.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나를 알고 있는 知人들보다 내가 나를 더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푸른 여름날
그것도 장마철...
짜증나고 재미없고 하는날은
나를 관찰하는 날로 정하면 어떠할까 싶다.
차 한잔을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좋겠다.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않는 친구가...
제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 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돕는
진실한 친구가필요하리라.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좋다.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있으면 된다.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을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한두가지만 제대로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신이 돼 있을껄...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라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것이다.
가을 갈대숲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에
더 매력을 느끼려애쓸 것이다.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베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것이다.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시킬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
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하기싫은 일을 하지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특별히 한두 사람을 사랑한다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고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
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 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